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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광고로 강남역을 뒤덮은 이야기 - 내부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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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픽이지랩스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정두현입니다.
스픽이지랩스는 '스픽'이라는 영어 스피킹 앱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픽을 아는 분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 1월에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한 이후 조금씩 알아봐주시기 시작한 것 같더라구요.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 최근 회사 밖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은 들은 얘기가 뭔지 떠올려봤습니다. 지난 1월에 진행한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스픽 광고가 하도 여기저기서 보이다보니 왜 이번에 그렇게 힘을 줬는지, 전략은 뭐였는지, 몇 명이서 한 건지, 얼마나 썼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면 좋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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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강남역에 걸린 스픽 옥외 광고를 보신 적 있나요? 강남역 옥외 광고는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은 제보를 받은 지면 중 하나예요. "강남이 완전 스픽으로 도배됐던데?" "대체 얼마 쓴거야?" 같은 질문이 정말 많았죠. 아무래도 옥외광고는 흔히들 하는 채널이 아니다보니, 한다고 해도 이번 저희 사례처럼 한 지역만 포커스에서 하는 경우가 잘 없다보니 질문을 많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진행한 스픽의 강남역 옥외광고 이야기를 가장 먼저 풀어보려고 합니다.
 
 

옥외 광고는 ‘왜 해야하냐?’부터 설득해야 했어요

영어 교육 업계는 1월이 대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영어 공부를 결심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이 나오거나 프로모션을 할때 1월에 발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픽도 마찬가지였어요. 신기능의 런칭일을 새해 첫 날로 맞췄고 모든 프로모션과 마케팅 캠페인을 1월 1일에 일제히 내보내기 위해 9월부터 준비를 시작했죠.
제가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가 옥외 광고였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항이었습니다. 페이드나 CRM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모두 '당연히' 진행하는 거였고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문제였지만 옥외 광고는 달랐거든요. 이걸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어요.
페이드 광고는 얼마 정도를 쓰면 이 정도의 신규 유저를 데려올 수 있다는 계산이 숫자로 딱 나오는데 옥외광고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적지 않은 돈을 쓰는데 그걸로 가져올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우니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에서는 근거가 빈약하면 진행을 하지 않는 게 맞죠. 그런데도 제 마음 속엔 ‘옥외광고는 꼭 해야한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그 생각이 왜 들고 있는 건지 리스트업을 해봤습니다.
 
  • 옥외 광고를 하면 새로운 터치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유일한 오프라인 광고)
  • 옥외 광고를 하면 대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옥외 광고를 걸고자 하는 강남 일대는 우리 타겟이 모여있는 곳이다.
  • 강남역 근처에 많이 게재될 것 같은데, 여기는 영어 교육의 메카라는 상징성이 있다. 여길 장악하면 분명 힘이 될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죠? 나름 설득력 있는 이유들로 보여요. 실제로 서울팀 내부에서도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러나 위 근거들을 들고 들어간 미팅에서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새로운 터치포인트가 뭔데? 그 터치포인트를 만들어내면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들어오는데? 그 중에서 얼마나 구매로 전환되는데?라고 물어보면 할 대답이 없었어요.
숫자가 없으니 금방 힘이 빠졌던 거죠. 위 리스트가 옥외 광고를 진행함으로써 얻게 될 부가 효과일 수는 있어도 진행할 핵심 근거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거예요. ‘옥외 광고는 원래 숫자로 근거를 만들기 불가능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validate 해야 한다'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무딘 무기로는 그 이상의 반격은 불가능했고요ㅎㅎ
 
 

옥외 광고의 목적부터 명확하게 정의했어요

결국 숫자로 증명해내야 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정말 막막했죠. 페이드 광고처럼 일일히 클릭, 구매수가 찍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효과를 숫자로 예측할 수 있나요? 매체 특성상 좋은 지면을 확보하려면 미리미리 예약해야해서 시간은 촉박한데, 진행 여부조차 결정이 나지 않고 있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습니다.
몇 번의 회의와 야근과 머리싸맴을 거치다... "다시 상위 전략부터 짜보자" 라는 더 막막한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옥외 광고의 효과 측정' 이 자체에만 집중해서 계속해서 회의하다보니 생각도 논의도 완전히 갇혀버리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자원이 한정적이라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기준은 상위 전략이 돼야 하는데, 옥외 광고에 있어서는 그 전략이 부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영진을 설득하는 근거도 중구난방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단 이번 스픽 옥외 광고의 목적은 '인지도 증진(awareness)'이었습니다. 저 수많은 옥외 광고들이 이 목적을 잘 충족하고 있나 질문해보기 시작했어요. 근데 결론은 ‘그러고 있지 못하다' 였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그랬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저 자신의 광고를 대하는 태도를 떠올려보니 정말 무관심하게 지나쳤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분명히 수많은 광고를 봤는데 뭐였더라? 라고 자문해보면 생각나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별로였냐? 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분명 뛰어난 마케터들이 며칠 밤을 생각해 고안해 낸 카피고 이미지였을텐데, 이상하게 제 머릿속엔 남는 게 없었어요.
왜 그럴까? 계속 반문해보니 그게 옥외 광고의 특성인 것 같더라고요. 디지털 광고는 휴대폰이라도 계속 손에 들고 보게 되지만 옥외 광고는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면 끝이죠. 애초에 간접 시야에만 들어오는 광고다보니 사람들 눈에 띄기가, ‘인지'의 범위에 들어가기가 정말 어려운 매체였습니다.
그럼 어떻게해야 옥외 광고를 통해 ‘인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찾은 답은 단순했습니다. ‘빈도'를 높이는 거예요. 더 많이 보여주는 거죠. 그렇다고 커버하는 지역과 지면을 막 늘리기에는 자원이 부족하니, “한 지역만 패는" 방법을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너무 많은 사람을 잡으려다 목적인 ‘인지'는 하나도 달성하지 못할 확률이 높으니, “한 지역을 장악해 거기 오가는 사람들은 무조건 스픽 광고를 보게 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한 지역만 팬다" 이게 이번 옥외광고의 상위 전략이었습니다. 그 한 지역이 어디가 돼야 할까? 그건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강남역이었습니다. 스픽의 주 타겟 25-34가 모여있고, 서울 지하철 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일거고. 영어 학습에 대한 욕구도 충만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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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옥외 광고를 해야 하는 숫자적 근거를 찾아 나갔어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나 둘씩 좁혀가면서 보니 옥외광고의 숫자적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강남역을 장악할 거니까 강남역을 이용하는 이용객 수를 일단 찾아봤어요. 서울교통공사에서 낸 공식 자료가 있었습니다! 그 숫자를 토대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지면 하나하나마다 얼만큼의 승객에게 노출될 수 있는지 (아주아주 러프하게)계산하기 시작했어요. 통계학과 출신 동료의 활약이 주효했습니다. ㅋㅋ
예를 들면 지하철 이용객의 60%는 사람이 가장 많은 10번 11번 출구 쪽으로 갈거고, 지하철에서 그 경로까지는 스픽 광고가 N개 까지 보여질 수 있으니 그 중에서 X%는 한 번 이상 우리 광고를 마주할거고, 한달 내내 틀거니 최소 N%는 스픽을 ‘인지'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지면의 광고비가 N이니 cost per impression은 N정도일 것이다… 이는 페이스북에서 impression 캠페인을 돌리는 것에 비해 N.N배 비싸지만, 앞서 말한 이유들 (새로운 터치포인트, 상징적인 의미 등 정성적인 부분)로 인해 할 가치가 있다…
이런 생각을 드디어 해낼 수 있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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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계산을 해내고 경영진과 다시 미팅을 하면서, 옥외 광고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정확한 숫자는 아니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옥외 광고의 정밀한 효과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옥외 광고를 정말 ‘감으로' 진행할 것인지, 아주 대략적인 숫자로라도 ‘논리에 기반한 기대치를 갖고' 진행할 것인지는 천지 차이였어요.
위와 같은 기적의 계산법으로 몇 번의 회의를 더 거쳐… 옥외 광고를 Go 해도 좋다는 답변을 받게 되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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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선미’s comment
이 글의 원문은 리멤버에 업로드된 ‘옥외 광고로 강남역을 뒤덮은 이야기 - 내부 설득’입니다.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멋지고 큰 데이터를 가지고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쉬워서, 데이터가 많이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도전조차 안 해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글을 쓴 정두현님처럼 추정을 통해 근거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페르미 추정’ 또는 ‘게스티메이션’이라고도 부릅니다.
페르미 추정의 멋진 사례를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근거로 할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싶은 분들이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두현스픽 | 브랜드 마케터

AI 영어 스피킹 앱 스픽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이야기를 짜고 전달함으로써 스픽의 팬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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